한반도와 일본어 시가문학
하이쿠[俳句]나 단카[短歌]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더불어 가장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한반도에서 창작되고 유통된 수많은 단카, 하이쿠, 센류[川柳], 심지어 도도이쓰[都.逸]와 같은 일본의 전통시가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더욱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간행된 대부분의 일간지에 시, 소설보다도 오히려 단카, 하이쿠, 센류가 주요 문예로서 수록되었고, 이러한 전통시가 관련 단행본이나 전문 잡지가 수십 종에 이르도록 다양하게 간행되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측면은 새삼 놀라울 정도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한일관계의 질곡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20세기 전반기에, 한반도를 배경으로 전개되었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적 없는 일본어 시가문학에 대해 기술한다.
20세기 한반도에서 대규모로 창작 및 유통된 일본어 시가 문학은 식민지주의에 부응하는 부(負)의 면모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조선’과 ‘조선인’, ‘조선 문화’에 대한 우호적 이해, ‘조선’ 특유의 아름다움이나 특수성에 대한 발견, 민요나 가요와 같은 ‘조선’의 시가 문학 역시 적극적으로 연구 테마로 삼았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일본어 시가 작가들이 조선적인 것을 수립하고자 했던 조선의 대표적 문화인, 지식인들과도 소통하고 있었고, 1940년대의 이른바 ‘친일문학’ 이전에도 뜻밖에 많은 조선인들이 이른 시기부터 일본어 시가 문학 창작에 참여했던 복잡다단한 한일 문학 교류의 양상도 일정 부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출발과 함께 시작되어 1945년 광복과 더불어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기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일본어 시가 문학을 시기적 특색 혹은 장르의 특징에 따라 총 10강으로 구성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어 시가 문학에 대한 상식과 독해 능력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고, 문학을 통해 20세기 그리고 21세기의 한일관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각의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