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없인 안돼 1
은희는 술기운을 빌어 상사인 주혁을 유혹하려 했다. 그것은 일종의 정복심리였다. 돌부처 같은 남자가 한 번 무너지는 걸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이 든 건 그가 한 여직원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걸 본 순간부터였다. 예쁜 여자에게 아랑곳 않고 늘 일에만 집중하는 남자…… 그런 남자도 결국 어쩔 수 없는 ‘보통남자’라는 걸 은희는 증명해보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도 남자인데 이정도 몸매에 이정도 얼굴의 여자를 그냥 보내줄 리가 없지.
“오은희 씨. 월요일에 출근하면 시말서 쓸 각오해요.”
방을 나서기 전 주혁은 짧게 한 마디를 남긴 채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혈기 왕성한 30대 남자가 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를 두고 그냥 나가버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자로서의 매력에는 늘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전혀 매력이 없는 여자처럼 취급하는 주혁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 날 보고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오은희 씨는 술에 취해 남자를 유혹하는 게 취미인 모야이지?”
은희는 무안함과 모욕감으로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이 남자가 지금 자신에게 정색을 하며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은희는 이 상황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바래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이만 내릴게요.”
“왜? 내 질문에는 대답을 안 하지? 역시 그런 거였나?”
은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은희는 주혁을 노려보았다. 은희가 높이 올린 오른 손으로 그의 뺨을 내리치려는 순간, 주혁은 너무나도 쉽게 은희의 팔을 저지하고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어붙였다. 주혁의 행동은 자신을 업신여기는 처사라고 생각했기에 당황한 은희가 그를 거부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주혁의 팔에 실리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박혜숙의 로맨스 장편 소설 『너없인 안돼』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