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황시대 1
조금 전까지의 지독했던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눈앞에 있는 〈그〉가 도움을 준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일어서려고 하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바위 옆에 튀어나온 삐죽한 돌기를 잡고 일어나려 했는데 내 손이 그냥 통과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놀라서 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땅에 떨어졌는데 전혀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 몸이 땅 속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로서도 처음 겪는 이 상황에 나도 모르게 다급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헉! 살려줘요!”
그러자 그가 내 손을 잡고 나를 꺼내주었다. 그가 내 손을 분명히 잡고 있었긴 하지만 내 손에는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전혀 없었다. 뭐랄까? 그냥 바람이 내 몸을 들어 올린다는 느낌이랄까 정말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를 빤히 쳐다보게 되었다. 내 생각으로 그가 나에게 뭔가 알려줄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그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도 힘든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다가 한 마디를 던졌다.
“많이 놀라긴 했나 보군. 하긴 아직 영혼의 상태를 경험해보진 못했을 테니 당연하겠지만….”
“여, 영혼의 상태라고? 내가 유령이란 말아야? 내가 그럼 내가 죽었단 거야?”
“어허, 그 제단 위에서 일어설 생각은 말아라. 그 제단 내에서만 넌 생전처럼 움직일 수 있어. 그리고 명계의 사신 녀석들의 눈도 그 제단만큼은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니까 말이야. 아까 떨어졌을 때 실은 내가 너보다 더 놀랐어. 사신들의 영혼지각만큼은 마왕인 나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니까. 자존심은 상하지만 인정할 것은 해야지. 조금만 늦었어도 넌 명계의 영혼들 중 하나가 되었을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