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어떤 사람들은 열세 살이 되기 전에 이미 앞으로 자신이 알아야 할 어른들 세계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 나이로 성장이 멈추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삶에 대해 이제 더 알 것이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는 '알았다'는 것이 '어른들 세계'의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상 어느 구석에나 그런 조숙한 천재들과 그 천재들을 조숙하게 만드는 환경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예. 책에 나와 있습니다.
나는 자신있게 말하며 책상 위에 올려놓은 과학책을 들어 보였다. 아이들은 다시 역시,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거나 성급하게 가방에서 과학책을 꺼내들기도 하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낄 사이도 없이 선생님은 바로 포복절도를 했다. 선생님이 왜 웃는지 나도 몰랐고 아이들도 몰랐다. 직감적으로 뭔가 틀린 대답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새 장관이 바뀌어 그럼 이건 그 전 장관의 이름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새삼 선생님이 교실에 와서 그것을 물은 것이고.
으허, 으허, 그건 말이지. 문교부 장관의 이름이 아니라, 으허, 으허…… 그 책을 너희들이 배우는 교과서로 문교부에서 검정을 필했다는, 그러니까 문교부의 검사를 받고 허락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런 걸 으허, 으허, 문교부 장관 이름이 검정필이라고, 으허, 으허, 살다가 이렇게 배꼽빠지게 웃는 날도, 으허, 있네.
그제서야 반 아이들도 와, 하고 책상을 치며 웃었다. 손을 들기 전 마지막까지도 검씨 성이 미심쩍기는 했지만 누가 그런 걸 알았나. 그게 장관 이름이 아니라 문교부 검정 교과서라는 뜻인지. 짜식들, 자기들도 몰라서 역시 콘사이스는, 하고 바라보던 녀석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선 모두 날 배삼룡 취급하려 드는 것이었다. 헤이, 검정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