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무게 : 강병렬 시집
2017년 등단한 강병렬 시인의 첫 시집 『바람의 무게』.
‘바람’이 상징하는 우리 ‘삶’(인생), 언뜻 가벼우면서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거운 일상의 무게를 사유한 시인의 순수하면서 따뜻한 84편의 시편이 실려 있다. 자연과의 교감, 자신과 인생이라는 길에 관한 관조, 가족애 등을 소재로 “그리움”과 “사랑”의 정서에 바탕을 둔 시편이 맑고 서정적이다.
많은 시편에서 시인은, 자연의 대상과 물아일체가 된다. 눈雪은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자 “하늘의 소리”이며 달은 “애달픔”이며 “서쪽 하늘의 침묵”이다“ 꽃은 “봄바람에 정신 못 차리”면서 꽃축제를 벌이며, 양파는 “어두운 땅속 흙을 쌓아온 매운 울음”을 울고 포도의 알갱이는 “내 친구 얼굴“들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사유하여 그린 시 구절에서 시인이 품은 짙은 인간애가 느껴진다.
“오늘 햇살은/ 눈으로 오지 않고/ 입술로 와 있다/ 다디달다// …// … 입으로 허기를 채운다” (「햇살의 맛」. 중에서)
“소파에 앉아 계신 어머니/ 늘 같은 모습이다// 주황색 한복차림에/ 다소곳이 모은 손// 그런 모습의 어머니 앞을/ 지날 때면// 경찰서 앞을 지나는 수배자처럼/ 고개가 숙어진다// 거실 벽에 기대어 계신/ 액자 속 어머니/ 나를 불러 세우신다// 애야,/ 밥은 먹고 다니냐?” (「어머니는 오늘도」. 전문)
사람에의 애정과 사람살이의 희로애락을 담은 짙은 인간애의 시편이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간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삶의 희비 애환을 겪는 가족에 관한 애정을 그린 시편에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시인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을 관조하고 형상화한 시편에서는 ‘나’라는 존재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하늘의 메시지”를 알고 선한 순례자로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구도자의 순결한 결의가 느껴진다.
“줄에 매달려/ 펄럭이는 빨래/ 집게가 물고 있다//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도록/ 이를 앙물고 있다// 누가 험담하고/ 한곳에 서 있지 못하게 마음 흔들어도// 억울함 참고/ 한순간/ 입술 집게 꽉 문 적 있다// 그러다/ 조금 뒤 평안이 찾아오면/ 집게는 서서히 풀린다” (「입술 집게」. 전문)
“강병렬 시인은 바람과 정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 … 바람의 속성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느냐 하는, … 바람의 행보가 나에게는 따스한 온기로 다가오는 전개 과정이 작품의 묘법”(김송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이라는 해설처럼 시인이 시집에서 보여주는 삶의 무게는 ‘바람의 무게’이다. 푸른 하늘에서 “구름과 사이좋게 노는” 존재, 가끔은 “비와 눈발을 몰고 와 온종일 세상을 휘젓고” 떠나가는 존재, 꽃을 피우고 흩날리게 하며, 낙엽을 물들이고 또 지게 하는 존재, 바람. 바람의 무게, 그것만큼이 삶의 무게라는 것. 바람을 통해서 깨달은 자연의 섭리로 인생의 의미를 형상화한 시집 『바람의 무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