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간다 1
"그냥 말 해버리는 게 어때?"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답답해서. 니가 무슨 열아홉 순정도 아니고."
"윤석이 앞에서만 열아홉 순정할거야."
"그래. 그래라 미친놈아. 한 오십 년 그래 봐라."
응, 그럴 거야. 대답대신 나는 술을 삼켰다. 응, 이라 대답했으면 눈앞에 소주병으로 내 머리를 힘차게 갈기고도 남을 놈이니까. 지웅이는 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껏 연락하며 지내는 유일한 친구다. 그리고 이놈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내 고집스러운 마음을 알고 있는 대단한 친구다. 아니, 사실 이 놈도 원치 않았겠지만 그만 나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였나. 애들이 다 빠지길 기다렸다가 들어간 너의 반 교실에는 역시 너만이 남아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엄마 때문에 낮잠도 못 잔다며 교실에서 자다 들어가던 너를, 나는 모르는 척 했지만 알고 있었다. 깊이 잠이 든 것인지 내가 교실문을 열고 너의 옆자리에 앉을 때까지 너는 일어나지 않았다. 엎드려있는 모습도 그땐 너무 멋져 보여서 내 심장은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다.
-윤석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넋 놓고 보다가 이제 집에 가야겠다 싶어서 조심스럽게 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너는 대답이 없었다.
-……윤석아.
너를 흔들어 깨울 요량으로 어깨에 손을 댔다. 교실은 조용했고 너의 까만 머리카락과 넓은 등은 석양빛에 물들어있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몸을 숙였다.
이지나의 로맨스 장편 소설 『너에게 간다』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