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끝 1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요.”
“자는 거 아닌데…….”
“그래도 입 돌아가요. 아직 덥다고는 해도 이 동네가 꽤 춥거든요.”
“그건 아는 건데…….”
“아, 여기서 많이 노숙하셨나 봐요.”
“거지 아닌데…….”
“거지처럼 보여요.”
내가? 어딜 봐서? 거지? 꽃거지라면 모를까.
“아무튼 그거 드시고 다른 곳에 가서 주무세요.”
그녀는 그렇게 나를 등지고 촘촘한 달동네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약한 웨이브가 진 머리칼이 한층, 한층, 올라갈 때마다 가볍게 찰랑거렸다. 분명 여자인데도, 여성스럽다기보다 멋있어 보였다. 왜일까? 저 여자가 나한테 보여 준 짓이라고는 그저 나를 거지 취급하며 커피를 놓아 주고, 이어서 우유까지 세트로 주는 그런 짓밖엔 없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작게, 풋,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커피나 마셔 볼까? 하고 캔커피를 쥐었다. 그런데 따뜻했다. 따뜻한 커피였다. 그 따뜻함에 놀라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그녀. 곧 사라질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빠르게 뒤따라 올라갔다. 거의 뛰다시피. 내 발소리에 놀랄법한데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짚을 때까지도 내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 하…… 있잖아…….”
오랜만에 뛰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말을 제대로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 나와 눈을 마주치며 그녀가 말했다.
“추운데, 우리 집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