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슈니츨러 문학의 주제는 황금빛 에로스와 어두운 죽음의 이중주이다. 그의 작품들은 이 두 가지 '얼굴 없는 힘,' 우리들 가운데에서 그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힘이 어우러지며 빚어지는 천태만상의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소위 '누구나'를 위한 작가는 아니었다. 슈니츨러 문학은 나치(1933)가 들어서면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출판 및 배포가 금지되었고, 그 결과 오랫동안 잊혀진 작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슈니츨러 문학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정신분석학의 거두 프로이트였다. 그의 눈에 비친 슈니츨러는 자신이 학문적인 관찰을 통해서 어렵사리 도달한 것을 언어 예술로 승화시킨 '심층 심리의 탐구자'였던 것이다. 슈니츨러 문학에 눈을 뜬 관객과 독자는 프로이트의 찬사가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다.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이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도식적이고 인위적으로 재단하여 일반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슈니츨러 문학은 에로스와 죽음, 무의식과 의식, 현실과 꿈이 서로 부딪쳐 파동을 치는 역동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경탄하였듯이 슈니츨러의 정신분석에 인간의 심층 심리를 생체 해부하는 것과 같은 현장감이 있다면, 그 현장은 다름아닌 슈니츨러 작품의 독자와 관객의 내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독일어권에서도 슈니츨러 문학이 수많은 여성 독자들을 사로 잡고 있는 이유가 멀리 있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꿈의 노벨레Traumnovelle』(1925)는 슈니츨러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 중의 하나이고, 그 주인공은 부부(夫婦)이다. 남편은 현실적인 세계에서 아내는 꿈속에서 결혼 생활에 치명적일 수 있는 에로스의 세계에 빠져든다. 부부의 감추어진 욕망, 아니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Traumdeutung』(1900)을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프로이트의 자연과학적인 결정론에서 벌거벗은 육체를 재확인하고, 민망하여 얼굴을 가리고 싶을 때에 슈니츨러의 문학은 시작된다. 오늘날 우리가 보다 나은 인간 공동체, 특히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적 결합 단위인 남녀 공동체를 위해서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다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 슈니츨러의 문학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