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 범우문고 172
이 책은 메리메(Prosper Perimee)의 유명한 소설 <카르멘(carmen)>을 완역한 것이다.
이 작품은 1845년 10월에 잡지 《두 세계 평론》에 발표되었다. 메리메가 43세 때에 지은 것이다. <콜롱바>(1840년)와 더불어 메리메의 최고 걸작임은 오늘날 널리 알려져 있다.(하긴 작자 자신은 <이르의 여신상(女新像)>(1837년)을 유일한 걸작으로 여기고 있었다.)
메리메의 취향이나 수법 등의 장점이 <카르멘>을 통해 완전히 발휘되고 있다. <콜롱바>나 초기의 단편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도 메리메의 취향에 맞는 인물이 종횡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얄미울 정도의 간결한 묘사는 스페인이라는 지방색을 배경으로 하여 인물의 일거수 일투족을 선명히 부각시키고 있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서 경멸하는 시선으로 돈 호세를 응시하는 카르멘, 주먹을 허리에 갖다대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빨리 죽여달라고 호세에게 재촉하는 카르멘-한 번 읽은 독자는 이 여자의 이러한 모습들을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메리메는 <카르멘>을 집필하기 이전에 스페인을 두 번 여행하고 있다. 그러나 <카르멘>의 제재(題材)가 주로 처음 여행했을 때(1830년)에 얻어진 것임을 그후 수년 동안에 걸쳐 발표된 단편 소설집 <스페인으로부터의 편지> 속의 <도둑>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나 <스페인의 여자 점쟁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아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는 그라나다에서는 충분히 카르멘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한 명의 히타나를 만나고 있고, 발렌시아에서는 점쟁이인 모녀가 주인인 선술집에서 예쁘고, 햇볕에 통 그을지 않은 아가씨가 만들어 준 가스파초를 먹고 있다. 그 아가씨의 이름이 카르멘시타라는 것도 적혀 있다.
마지막으로 메리메가 그녀의 저택에서 후한 환대를 받은 테이버 백작 부인(나중의 몬몬티호 백작 부인. 나폴레온 3세의 황후인 우제니의 어머니)은, 여자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나라를 배반한 나바라 태생의 남자 이야기를 작자에게 전하고 있다. 이러한 재료들을 작가는 오랫동안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마침 1841년과 1843년에 집시의 연구가이며 훌륭한 시인이었던 영국인 조지 보로우(George Borrow)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