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장과 구매이론
필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2015년 졸저 『보건의료정책』을 발간하면서 OECD에서 발표되는 각국의 의료이용 지표를 비교하다 생긴 의문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유럽국가들과 비교하여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이 훨씬 높은 데도 불구하고 외래는 물론 입원에서 이용률이 2~3배나 높다는 점이다. 물론 그 전에도 OECD Health Data에서 우리
나라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지만 유럽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환자의뢰체계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의료이용에 대한 정부 간섭이 적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로 치부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책을 발간하고 난 후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보니 유럽 국가들이 입원일수를 제한하거나 외래 방문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등 의료이용을 규제하는 특별한 제도나 조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문제의 원인을 찾다보니, 의료보장제도 하의 의료시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시장이 환자와 공급자 간에 성립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서비스 배분을 수요를 토대로 하는 반면에, 유럽은 서비스 배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배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의료보장 국가들은 의료의 접근성이 기본권이라는 이념에 의하여 보장되기 때문에 서비스 배분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필요도를 토대로 배급하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