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그림자가 없었다2
사랑함으로써 복수를 하리라
사랑 받은 적이 없기에 사랑을 몰랐다.
그래서 사랑의 감정을 깨달은 순간
처절한 증오의 감정도 깨닫게 되었다.
혼란 속에 남은 것은 단 하나뿐.
이제 나는 복수를 위해 살아가리라.
▶ 잠깐 맛보기
「네가 갑자기 내게 곁을 내어 준 것과 이 서신이 상관이 있었더냐」
무영은 그녀를 바라보는 경후의 눈동자에서 그가 숨기지 못하고 있는 불안감을 보았다. 그녀에게 기만당해 왔다는 것을 눈치 챈 지금에도 경후는 그녀가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젓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마른 입술을 살짝 적신 무영은 떨리는 한숨을 내쉬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예, 나리」
쾅!
무영의 대답과 함께 둘 사이에 있던 서안이 경후의 주먹에 두 동강이 났다.
「무영아」
「예, 나리」
경후는 그의 부름에 차분히 대답하고 질문을 기다리는 무영을 바라보며 지금 그의 혀끝을 맴도는 말을 다시 삼키고 싶었다. 그를 향해 웃던 무영의 미소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가 이미 알고 있는 답이 무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듣지 않더라도 그의 가슴은 벌써 새카맣게 타버렸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끝내 그 자신의 가슴에 칼을 내리 꽂을 물음을 무영에게 건넸다.
「내게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혼인하자 청한 연유가 내 아이를 가지기 위한 것이었더냐」
「그 외에 무슨 이유가 있겠사옵니까, 나리」
「너를 사랑한다는 내 말에 행복했다는 말도, 나의 여인이 되는 것이 네 꿈이었다는 말도 거짓이었더냐」
무영이 머뭇거리지 않겠다 결심하자마자 우습게도 경후는 더 이상 그녀의 진심이 아무 소용없는 질문을 했다. 경후의 사랑에 여인의 행복이 무엇인지 느꼈던 순간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가슴 터지게 행복해 저절로 흘러내렸던 눈물이 어찌 거짓이었겠는가. 그러나 그 행복함을 빼곤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무영은 그녀 자신의 순수한 행복까지 경후를 속이는데 이용했으니 그녀의 기쁨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말은 오히려 그를 기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영은 조용히 거짓말을 했다.
「예, 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