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천사 1
이환의 인기척에 비상구 안에 뜨겁던 공기가 싸늘히 식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환자복을 입은 여자와 떨어져 준희를 바라보는 상진의 모습이 보였다. 상진과 입을 맞추고 있던 여자는 부끄러운지 상기된 얼굴로 상진의 뒤로 숨은 채 준희 쪽을 응시했다.
‘빌어먹을.’
창피했다. 이환에게 이런 꼴을 보이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 일을 모두 망쳐버린 상진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웠다. 아직까지 이환에게 단호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지언정 남자친구 상진을 보여줌으로써 그래도 이환에 대한 마음은 접었다고. 미련 같은 건 한 톨도 남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고.
그것만으로도 오늘 만남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상진이 모든 걸 다 망쳐버렸다.
“어떡할까. 김준희.”
준희의 뒤에 서있던 이환이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준희의 키에 맞춰 살짝 숙여서 다가오더니 앞에 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복수해줄까.”
라미의 로맨스 장편 소설 『그림자천사』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