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인어공주 1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오늘도 생크림 추가 맞죠?”
생긋 웃으며 묻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야무지게 끄덕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특이하게 드신다니까요.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엔 얼마나 당황했던지.”
“커피는 마시고 싶은데…….”
“쓴 건 싫고, 그렇다고 너무 단 커피도 싫고. 이 말 하려고 그랬죠? 맨날 같은 패턴의 반복이라서 이젠 다 외웠다니까요.”
“한 번 먹어 보세요. 묘하게 끌려요.”
내 말에 그는 약간의 상상을 하더니 표정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으’ 하고 옅은 신음 소리를 내고 샷을 뽑았다. 내가 오기 바로 전에 원두를 볶았었는지 커피의 진한 향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그는 바리스타다. 그의 이름은 정현석. 나의 남자 친구. 아니, 지금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과거가 되어 버렸구나. 나는 그에게 나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알리고 기억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도, 나도 죽는다. 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그날로부터 49일이 되려면 이제 약 한 달이 남았다. 한 달이라고 하면 긴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나를 기억하게 만들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왜냐고? 그와 나 사이를 방해하는 방해물이 있으니까.
“곧 마감 시간 맞지?”
“왔어?”
“배고파 죽겠다.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자기야.”
“조금만 기다려.”
여자 친구라며 나타난 그녀 때문에. 그래서 난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악녀가 되어야지만 우리 모두가 산다. 이것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고? 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불과 보름 전에. 모든 일은 그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