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하 소설전집 3 - 열망 2
우리 문학사에 '예술가소설'이라는 새 장을 열며 그 어느 누구보다도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제하!
그는 전통적인 소설작법과 관습적인 서술방법을 과감히 깨뜨리고 개성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개인의 내면을 깊이 천착한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다. 특히 그의 소설이 추구한 '환상적 리얼리즘'과 '광기(狂氣)의 미학'은 한국문학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제 시대적 아픔과 존재론적 고뇌를 함께 끌어안음으로써 우리 소설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킨 이제하 소설의 정본을 독자 앞에 내놓는다. 그의 30여 년의 문학 인생을 결산하는 <이제하 소설전집>은 그가 쌓아올린 문학적 위업과 도저한 예술혼을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유신체제(維新體制)가 강행되고 이어 유류 파동이 불어닥쳤던 70년대 초반의 그 연간은, 화랑가에 이른바 이상호황(異狀好況)의 회오리가 서서히 기미를 보이던 시기였다. 하긴 '화랑가'란 명칭조차 아직은 붙일 수도 없을 정도여서 몇몇 화랑에나 해당된 경우긴 했으나, 그 어려운 때에 어째서 그런 이상기류가 흘러들게 되었는지도 자세히 밝혀져 있지 않아 대충 짐작이나 할 수 있을 뿐이다. 가령 '그림값'이란 것이 딴 물가지수와 반드시 비례할 수밖에 없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어도 약방의 감초 격이라고, 적어도 한 가지 소인만은 여축없이 의연히 작용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사재기심리. 쌀이나 금(金) 같은 것을 남들보다 어짠둥 한 알이라도 더 쟁여두려는 그런 심사가 골동품이나 그림으로까지 확대가 된 데에도, 그 나름으로 온갖 타당한 사연과 까닭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것'이라기보다, '좋은 물건'에 대한 느닷없는 열정과 혁명적인 개안(開眼), 대부분의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건 말건 일부 계층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유통되던 자금 사정, 할 소리를 못하고 애꿎게도 문화ㆍ예술 쪽으로나 중구난방으로 북 치고 나팔 불던 매스미디어들의 영향 같은 것들도 그 한 소인이었을 수 있다. 첫번째 파동으로 갈피를 못 잡던 사람들의 심리가 두번째 세번째의 기름낭떠러지를 목전에 두고 갑자기 앞을 내다보는 지혜라도 생겼다는 것이었을까. 혹은 그런 면역성이 가당찮은 배포로 새삼 바뀌기라도 했다는 것이었을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