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1
2003년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수수께끼 풀기' - '플러스 1,2' - '플러스 그 후' 로 이어지는 시리즈 물 입니다.
수수께끼 풀기, 그 3년 후
그들은 가족이었다.
누가 뭐라해도, 정말 행복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평생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게 되더라도 영원한 행복을 위해
고통의 길로 들어선 이준과 지연.
그리고 그 길에 휘말려버린 찬혁과 서영.
네 사람의 상처투성이인 길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본문 중에서
더운 여름이었다. 지난해보다 더 뜨거운 폭염이 일찍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비마저 오지 않아 마른 땅이 쩍쩍 갈라지는 뜨겁기만 한 여름이었다. 더운 여름보다 더한 불덩이를 안은 지연은 여름을 힘겹게 이겨 나가고 있었다.
비라도 내렸으면 했다. 메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지연의 마음을 적셔줄 작은 단비가 내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하늘은 계속해서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내려 쪼이고 있을 뿐이었다. 지독한 폭염이었다.
이준이 떠난 지 삼 개월이 되고 있었다. 그 사이 전화 한 통도 없는 무심한 사람! 아니 오히려 연락이 오기라도 하여 그 목소리나 숨결 하나에 스스로 기껏 다잡은 독한 결심이 무너질까 봐 걱정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그 어떤 쪽으로도 바라는 것이 기울어지지 않았다. 그냥 시시각각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지연의 바람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두 마음이 지연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지연은 운 좋게도 영어 학원에서 강의를 맡았다. 다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 순간만큼은 지연에게 즐거움과 기운을 안겨주었다. 맑은 눈으로 자신만을 쳐다보고 그네들과 웃으면서 함께하는 시간은 잠깐 동안 맛보는 마음의 휴식이었다.
그러나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이준이 지연의 머릿속을 통째로 지배해 버렸다. 지난 시간 함께 나누었던 웃음과, 따스한 울타리가 내내 지연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럴 때면 지연은 자그마니 한마디 속삭여 보았다. 무정한 사람 같으니…….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늘 지연 주변을 서성이는 강인기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준과 연결된 하나의 끈인 양 늘 주변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강인기가 지연에게 자그마한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번갈아 형철과 찬혁이 나타났다.
찬혁은 금요일마다 지연과 점심을 같이 했다. 금기라도 되는 듯 이준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은 채 그저 지연의 일상적인 안부를 꼼꼼히 챙긴 후 돌아갔다.
형철은 그 성격만큼 불쑥불쑥 나타났다. 어느 날은 학원 앞에서 지연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어느 날은 집으로 불쑥 쳐들어와 지연의 무거운 마음을 희석시켜 주었다. 지연은 그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