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사랑 1
“아직 안 죽었네.”
이층으로 이어져있는 나무 계단에 서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수를 내려다보았다. 창백하리만치 흰 피부, 그와 대조되는 검은 머리칼. 다부진 어깨 한쪽에 검은색가방이 걸쳐져 있었다. 인디고색 자켓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하얀 와이셔츠는 온통 흙먼지 투성이었다. 하얀 피부 때문에 멀리서도 그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는 상처들이 쉽게 눈에 들어와 박혔다. 난간에 손을 올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이수가 던진 첫 마디였다. 밤새도록 심한 고열에 시달렸던 터라 내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었고, 퍼런 입술은 볼품없이 터져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랐다가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엔 연민 따위의 애틋한 감정은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