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산 짐승도 잠들어 있을 깊은 산 속에 여인의 거친 숨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었다. 아직 이레도 지나지 않아 태열이 다 가시지도 않은 붉은 기가 남은 아이가 강보에 싸여 여인의 손 막음에 의해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여인의 발걸음에 놀란 산새들이 퍼드덕 날개 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머리에 꽂힌 비녀가 무색할 정도로 흐트러져 산발이 된 머리며, 꽃신도 어느 틈에 잃어버렸는지 버선발인 채 맨땅을 달렸다. 여인의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 알 수 없지만 여인의 머리에는 오직 이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이 아이만이라도… 이 아이만이라도…….
그 뒤로 족히 10명은 될 듯이 보이는 장정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 뒤를 쫓고 있었다.
살기가 가득했다.
대종은 산의 부드러운 기운을 깨뜨리고 있는 살기를 따라 조용히 움직였다. 미약한 기가 한줄기 흘러나왔으며 그 뒤를 따르는 강한 살기가 산짐승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미약한 기로 보아 여인이었으며, 그 여인의 생명이 다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종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살기를 뿜어대는 사람들에 의해 여인의 남은 목숨이 더 단축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종은 경공술을 통해 순식간에 미약한 기를 찾아내었고, 나무 위를 날 듯 성큼성큼 나무에서 나무로, 또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와 자신의 수련도장인 대종산사 별채에 여인을 눕혔다.
갑자기 사라진 여인의 흔적에 십 여명의 장정들이 당황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 깊은 산중에 사람이 사는 집이 있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들 누군가에 의해 그 여자가 구해졌을 거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아마도 절벽에 떨어져 숨을 다해 흔적을 찾지 못한 것이라는 짐작만 하고서 그들은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아마 시체는 산짐승들의 차지가 될 것이니 뒤처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나름대로의 계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