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마음이야기
로망띠끄 작가 문현주님의 단편집.
심(心)시리즈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단편들의 모음입니다.
[지금 뭐하는 거냐?]
인간이 저렇게 섬뜩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 몸에 들러붙어 있던 녀석이 거의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반쯤 웃통을 벗은 모습. 그 모습에 스스로 당황해 허겁지겁 옷을 걸치고 어린 녀석은 어쩔 줄 몰라 한다.
[형, 그게… 사실은…….]
나는 뒤돌아섰다.
아!
어린 녀석을 쏘아보던 남자가 나를 쏘아 본다. 그 남자에게서 풍기는 기운에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5명분은 족히 될 것이다. 이런 어린 녀석 셋, 넷 보다 저 남자 한명의 기운이 더 셀 것이다. 심장이 마구 뛴다. 내 본능이 먼저 알아챈 것이다. 먹으라고, 빨리 잡아 먹어버리라고.
그러나 저런 남자는 좀처럼 까다롭게 굴어 유혹하기가 힘들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인간. 얼마나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으면 저런 정기를 가지고 있을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거의 하지 않는 인간. 그런 인간에게서 나는 건강한 기의 향기.
아~ 죽인다.
나는 정했다. 곧 다가올 인간의 사냥시즌에서 저 인간을 먹기로. 그리고 나는 구미호가 될 것이다. 팔미호의 어설픈 모습에서 벗어날 것이다.
'너, 딱 걸렸어!'
[넌 집에 있어. 그리고 너!]
남자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킨다. 나는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분위기상 저 너라는 말은 나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이 미모와 죽여주는 몸매를 감상하고도 나를 ‘너’라고 부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나를 ‘너’라고 부른다.
[저를 부른 건가요?]
나는 최대한 고혹적인 자태와 음색으로 그에게 대꾸를 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이 떠오른다.
[따라 와.]
[형, 그게…….]
[넌,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
나의 매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런, 불상사가.
[전 그만 집에 가야겠군요. 안녕히 계세요.]
기죽어 쩔쩔매는 어린 녀석과 달리 도도한 나의 태도가 눈에 거슬리나보다. 그러나 한번만 더 나의 매력을 무시하고 너 어쩌고저쩌고 하면 100년간의 강금이고 뭐고 필요 없이 그냥 확 잡아먹어 버릴 것이다. 하찮은 인간주제에 지금 누굴 향해 감히 ‘너’라고 부르는 건지. 여우 족들 중에서도 으뜸이 은빛 여우 족이다. 그 중에서 난 혈통이 좋은 여우다.
- 흑심 中에서